북경대 캠퍼스, 기숙사, 초반 북경 생활 적응 이야기
#1 대부분의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북경대도 경영대학인 광화관리학원이 가장 부유한 단과대학이다. 중국인들끼리 농담삼아 중국에서 제일 부자 대학을 논할때 1,2위로 북경대 칭화대를 얘기하고 3위가 광화대학이라고 하더라. 그렇다고 시설이 매우 대단히 럭셔리한 느낌까지 들지는 않는다. 주로 수업을 했던 건물은 경영대 신관으로 코로나 시대에 맞춰 원격 강의를 위해 교실 뒷편 대형 스크린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얼굴을 함께 볼 수 있는 시설을 해뒀다. 비록 얼굴이 화면에 떠있긴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학생과 온라인 학생과의 거리감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느낌이었고, 누가 봐도 따로 국밥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하나야'를 외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코로나식 클래스였다. 2학기에 짠!하고 급등장한 내 입장에서 첫날 첫수업에 오프라인 친구들에게 인사할 시간이 있을 게 당연했기에 나름 중국어로 인삿말 정도를 준비해갔다. 전달이 잘 된건지는 안물어봤지만 나도 성의표현 정도로 생각했기에 내 서툰 중국어에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다.
#2 코로나로 여러가지 피해를 봤지만 그나마 좋은 점을 하나 꼽자면 기숙사에 사람이 없었다는 점. 외국인 기숙사인데 외국인 학생들이 입국을 못해서 공실률이 7 80퍼 정도는 됐던거 같다. 덕분에 나도 투 베드룸을 혼자서 편하게 썼고, 기숙사 안에서는 너무나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다. (사람이 없으니 소음, 빨래 등 일반적인 기숙 생활의 불편함이 없었다.) 8층을 배정 받아 나름 시티뷰(?)도 있었다. 같은 층에 북한 친구 세 명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도 하고 몇 번 식사 제안도 했으나 그들 나름의 사정으로 인해 친구가 되진 못했다. 말도 너무 편하게 잘 통하고 왠지 모를 친근감도 느꼈지만 그 이상 다가갈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다.
#3 은행계좌, 북경 생활을 위해 초반 세팅하는 과정 등 정보를 위해 블로그를 보는 분들을 위해 내가 준비했었던 일련의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를 해본다. 오래되기도 하였고 현재는 코로나 관리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 수 있기 때문에 참고용으로만 여겨주시길 바란다.
우선 중국은 모든 거래가 사실상 위챗이나 알리페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현금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완전히 처음 중국으로 입국하는 경우라면 위챗 계좌를 미리 뚫어 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위챗 페이를 사용하는 단계가 되기 전까지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나는 혹시 몰라 현금을 꽤 챙겨 갔었는데 결국 실제로 사용할 만한 일은 거의 없었다. 다만 한국에서 하나은행 유니온페이 계좌를 만들어서 실물카드가 있었는데 수수료는 비싸지만 어쨌든 한국에 있는 돈을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게 송금시키는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북경대 장학금을 받아야 해서 북경은행에서 계좌를 만들어야 했는데, 정확히 지정된 지점이 딱 한 군데 있기 때문에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가야 한다. 중관신원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지점을 가면 해당 계좌를 만들 수 없고, 지점에 있는 직원들이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내가 중국어를 못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도 한참을 헤멨던 기억이 있다.
북경에 정착하기 위해서 학교에 제출할 것들, 비자, 외국인 거주 자격 등 여러가지 챙겨야 할 일들이 매우 많다. 내 경우에는 MBA 동기 중 외국인 학생의 빠른 적응을 도와주는 일종의 버디 동기가 있었고, 버디 외에도 중국 현지 MBA 동기들이 이것저것 많은 도움을 주었다. 외국인 학생 센터를 찾아가서 제출해야 할 것들, 예컨데 작게는 증명사진이나 각종 서류들, 챙겨야할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고 이런 것들을 혼자서 찾아서 하려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외국인 체류 (레지던스) 증명을 위한 건강검진 병원을 찾아가는 과정도 MBA 동기 (Harry 고마워!)가 함께 병원에 찾아가주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학교 행정실에서도 외국인 학생을 위해 친절하게 여러가지 안내를 많이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많이 헤메게 되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씩 처리해나가다 보면 결국 해결이 된다. 사실 이것저것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순서대로 착착 정리를 하지를 못하겠다. 중요한 건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차근히 해나가면 누구든 충분히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단계라는 점. 그리고 과정에서도 도움을 주었던 여러 친구들, 직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잘 전달하는 것도 꼭 챙겨야 할 부분이다.
#4 은행계좌, 비자 등등 급한 행정처리를 마치고 나서는 비로소 캠퍼스 구경을 다닐만한 여유가 생겼다. 사실 저런 잡스런 행정일들이 당시에는 매우 매우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었는데, 난 역시 단순한 동물이라 그런가 지나고 보니 뭐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그 절차가 간단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여하튼 북경대 안에는 호수가 있고 그 옆에는 북대 상징인 탑이 하나 있는데 그 탑 이름이 스페인어로 Dick의미의 단어와 같다며 마야가 깔깔거렸던 기억이 난다. 호수는 생각보다 커서 조깅으로 뛰어보니 한 바퀴 도는데 20분 이상 걸렸다. 날씨 좋은 날 캠퍼스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건 항상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아래 동영상 참조)
#4 학기초는 봄이라 황사가 자주 있었는데 공기질은 중국에 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운 좋게도(?) 올해는 10년만에 가장 심각한 황사가 찾아와서 경이롭기까지한 어마무시한 황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으니 온통 갈색. 중국 친구들도 처음 경험해보는 황사라며 신기해했다. 그대로 지내다가는 폐에 진흙이 쌓일거 같아서 수업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타오바오로 미니 공기청정기를 주문했다. 그날 이후로도 몇 번의 황사가 더 찾아왔었는데, 한 번은 모래폭풍 + 소나기 콤보를 맞아서 흰 옷이 모래무늬 빈티지처럼 얼룩이져버렸다. 와중에 우리의 와일드한 스페인 영걸 마야는 육두문자를 날리면서도 신나는 경험이라고 좋아했다.
다음 편은 친구들 파트1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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